애플이 7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예르바부에나 예술센터에서 ‘뉴 아이패드(The new iPad)’를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5000만대 이상 팔리며 태블릿PC라는 신개념 시장을 만들어낸 아이패드·아이패드2에 이은 후속작이다.
올해 태블릿PC 시장은 뉴 아이패드를 앞세운 애플의 독주에 삼성전자·아마존이 제동을 걸 수 있을지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TV보다 좋은 화질과 가장 빠른 통신 기술로 무장
뉴 아이패드는 전작(前作)보다 화면이 선명해지고, 그래픽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디자인은 아이패드2와 거의 똑같다. 뉴 아이패드는 화면에 더 촘촘하게 화소(畵素)를 배치한 ‘레티나 디스플레이’ 기술을 써 선명도가 기존보다 무려 4배나 좋아졌다.

- ▲ 7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뉴 아이패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의 필 쉴러 부사장은 “집에 있는 고화질(HD) TV보다 100만개 이상 화소가 많다”고 말했다. 9.7인치 화면에 화소가 300만개 넘게 들어간다. 일반인이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선명도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그래픽 처리 속도를 대폭 높인 프로세서를 장착해 더욱 빠르고 부드러운 화면을 구현한다.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기존 무선랜과 3G(3세대) 이동통신에 더해 4세대 이동통신(4G LTE)을 지원한다. 4G LTE는 기존 이동통신보다 5배 정도 무선 인터넷 접속 속도가 빠르다. 미국·캐나다·일본·한국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신기술이다.
가격은 아이패드2와 같은 수준. 무선랜용은 499~699달러다. 하지만 4G LTE 기능이 들어간 고가 제품군은 무선랜용보다 130달러나 비싸다.
애플은 16일부터 미국·프랑스·독일·일본·홍콩 등 주요 시장에서 뉴 아이패드를 예약 판매한다. 23일부터는오스트리아·벨기에 등 26개국에서 2차 판매에 나선다. 우리나라는 1·2차 판매 대상에서 빠져있지만, 통신 업계에선 이르면 다음 달부터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국내에서 뉴 아이패드의 LTE 기능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뉴 아이패드가 LTE용 주파수로 700㎒(메가헤르츠)와 2.1㎓(기가헤르츠)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주파수는 버라이즌·AT&T 등 미국 통신사가 쓰는 주파수 대역이다.
국내 이통사는 다른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뉴 아이패드를 보유해도 LTE 기능을 쓸 수 없다. 애플이 우리나라 주파수에 맞춘 제품도 내놓아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독주 나선 애플에 삼성전자·아마존의 도전 거세
애플은 작년 아이패드 시리즈를 4000만대 이상 팔며 태블릿PC 시장의 62%를 장악했다. 2·3위라는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겨우 610만대와 390만대에 그쳤다. 애플은 올해 뉴 아이패드로 독주 체제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태블릿PC 시장은 작년 6500만대에서 2015년 3억2500만대(가트너 전망)로 4배나 커진다.
일부에선 애플의 독주가 무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제품이 이전 모델보다 성능이 향상되긴 했지만 500달러를 더 쓸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애플식(式) 혁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 배터리 용량 등은 동일한 데다 오히려 더 무겁고(601g→652g) 두꺼워졌다(8.8㎜→9.4㎜).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영어·독일어·일본어 등 음성을 듣고 받아쓰는 기능이 추가되는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제품 ‘갤럭시노트10.1’을 공개했다. 갤럭시노트10.1은 3개월 만에 200만대가 팔린 스마트폰 갤럭시노트의 후속작이다. 갤럭시노트10.1은 전용 펜을 사용해 섬세한 그림을 그리고 노트 필기도 할 수 있다.
삼성의 전략은 갤럭시노트10.1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존 갤럭시탭 시리즈 신제품도 7~11인치대 크기별로 다양하게 계속 선보인다는 것. 삼성전자의 신종균 사장은 “선진국 시장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에도 대응해 보급형 태블릿PC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매년 신제품을 딱 하나 내놓고 승부를 거는 애플에 대한 파상 공세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위협도 만만찮다. 아마존은 작년 4분기에 199달러짜리 최저가인 킨들파이어를 처음 선보인 뒤 두 달 만에 390만대를 팔았다. 아마존은 “하드웨어 판매 가격에선 이익을 안 내고 저가로 판 뒤, 우리가 유통하는 수십만개 책·영화·TV프로그램·음악을 킨들파이어에서 팔아 돈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벌써 아마존이 전 세계 저가 시장을 모두 장악해 애플과 양강 체제를 쌓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온다. 아마존을 의식한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아이패드2 가격을 100달러 내린 399달러에 팔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승혁 연구원은 “다른 경쟁자들이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애플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