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다트머스大 총장, 로렌스 서머스·제프리 삭스·존 케리 등 쟁쟁한 경쟁자 제치고 지명돼
오바마 “개도국 빈곤퇴치에 金총장만한 인물이 없다”
김용(미국명 Jim Yong Kim·52)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WB) 설립 이후 첫 한국계 총재로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은행은 개도국의 빈곤·질병과 싸우기 위한 우리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6월 사퇴하는) 로버트 졸릭 현 총재의 뒤를 이어 이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인물에 김 총장만한 인물이 없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 총장은 의사로서, 인류학자로서 20년 이상 빈곤국의 질병 퇴치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 확대에도 기여했다”며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을 넘나드는 그의 경험은 세계은행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쥔 미국이 김 총장을 차기 총재 후보로 낙점하면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4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김 총장이 정식 선임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차기 총재 인선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대사를 유력하게 검토했고, 존 케리 상원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용(가운데) 다트머스대 총장이 2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을 세계은행 신임 총재 후보로 지명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나란히 선 채 웃고 있다. /AP 뉴시스
CNN은 “경제 전문가, 외교관이 아닌 ‘의대 교수’ 출신을 지명한 것은 세계은행의 역할에 변화를 줄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총장의 지명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신흥국들이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독식해선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미국이 ‘아시아계 카드’로 이를 어느 정도 무마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경제 분야보다는 질병 퇴치 등 의료활동이 경력의 대부분이어서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제는 개도국 전문가가 세계은행을 이끌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