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정주영과 함께 현대건설을 일으켰던 정인영에게 한 기자가 이명박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정인영이 한라그룹을 세워 분가한 뒤 현대건설을 키운 사람이 이명박이었다. 정인영은 “한국에 제대로 된 기업이 몇 개냐”고 되물었다. 그는 “2만개 정도 된다”는 답을 듣곤 “이군은 2만1번째 경영자일 뿐”이라고 했다. 오너들이 전문경영인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보게 한다.
▶예외도 있다. 고(故) 최종현 SK 회장은 보통 오전 11시쯤 출근했다가 서너 시간만 일하고 퇴근했다. “계열사 사장들이 내 눈치 보지 않고 재량껏 회사를 운영토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최 회장은 전문경영인 가운데 손길승 그룹 기획조정실장에 대해선 “아랫사람이 아니라 동업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나온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을 일으켜 세웠다. “그룹 계열사인 한화S&C와 하는 거래를 (비용이 더 적은) 다른 회사로 바꾸려 하자 (그룹이) 보복 차원에서 해임을 추진했다는데 맞느냐.” 주 사장은 “(거래 이전을) 추진하는 건 맞지만 (해임 같은) 내부 문제를 공개하는 건 곤란하다”며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주 사장은 내년 3월이 임기 만료지만 얼마 전 그룹에서 퇴진 요구를 받고 거부했다고 한다. 한화S&C는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 회사 국내 매출액 절반 이상이 그룹 계열사와 이뤄진 거래에서 나와 ‘일감 몰아주기’ 의심을 받고 있다.
▶주 사장은 2년 전 취임한 뒤 회사 빌딩 1층에 있던 그룹 계열사 커피 전문점도 내보냈다. 그가 회사를 맡은 뒤 경영 실적은 호전됐다. 한화가 삼성과 화학·방산 ‘빅딜’을 추진하는 와중에 주 사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정적인 리포트를 낸 게 화근이 됐다는 소문도 돈다. 한화는 “모두 낭설”이란다. 주 사장에 대해 금융계에선 “총수 눈치 안 보는 미스터 쓴소리”란 평가와 “돈키호테”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분명한 건 총수 곁에 ‘예스맨’만 있는 기업은 결국 좋지 않은 결말을 맞고 만다는 사실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만물상] 할 말 하는 전문경영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09/18/2015091803687_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