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간식이란 말이 있다. 줄여서 소간이라고 하는데 새벽(宵)에 옷을 입고 해진 후에야 식사를 할 정도로 국왕이 정사에 부지런하다는 뜻이다. 소간지우라는 말은 그래서 국왕의 나랏일 걱정을 뜻한다. 그러나 임금 자리는 부지런하다고 성공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부지런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노자(老子)』 거위(居位)편에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 삶듯이 하라(治大國, 若烹小鮮)”는 말이 있다. 작은 생선 삶을 때 자꾸 뒤집고 뒤적이면 먹을 것이 없게 된다. 이 말에는 백성들을 괴롭히지 말라는 뜻과 국왕이 작은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 동시에 담겨 있다.
백성들에게 선거권이 없던 시절에 국왕이 되는 것을 천명(天命)을 받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왕이 실정하면 하늘은 천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이것이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논리다. 그런데 천명(天命)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송계삼조정요(宋季三朝政要)』라는 책에 “민심의 향배가 곧 천심이다”는 말이 있다. 민심을 얻는 자가 곧 천명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왕조가 자주 교체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은 먼저 가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으로 경고한다. 그러면 국왕은 반성해야 한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폭군인 하(夏)나라 걸왕(桀王)을 치고 천자가 되었는데 7년 동안 큰 가뭄이 들었다. 탕왕은 몸에 흰띠(白茅)를 두르고 상림(桑林)에 나가서 기우제를 지내며 통절하게 반성했다. 그런데 자책 내용이 여섯 가지로 구체적이었다.
“정사에 절도가 없었습니까?(政不節與), 백성들을 괴롭게 했습니까?(使民疾與), 궁궐이 사치스러웠습니까?(宮室榮與), 측근의 청탁을 받았습니까?(婦謁盛與), 뇌물이 오갔습니까?, 남을 헐뜯는 것이 성했습니까?(讒夫興與)” (『순자(荀子)』 ‘대략(大略)’)
그러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고려 선종(宣宗)도 재위 5년(1088) 여름에 가뭄이 들자 백관을 거느리고 남교(南郊)에 나가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면서 이 여섯 가지 일로 자책하고 궁실에서 나와 더운 바깥에 앉아서 정사를 보았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있다.
탕왕과 고려 선종이 자책한 여섯 가지를 되새겨보면 요즘 정치에도 경종이 될 만한 대목이 많다. 그런데 그제 대통령의 기자회견엔 구체적인 자책이 보이지 않는다. 묵자(墨子)는 나라의 일곱 가지 환난(患難) 중에서 다섯 번째 오환(五患)을 “임금이 스스로 신성하고 총명하다고 여겨 일을 할 때 묻지 않는 것(君自以爲聖智而不問事)”이라고 말했다.
이덕일 역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