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넷MBA와 함께하는 경영 뉴트렌드]
21세기 첨단시대 기업경영에서 인문학 소양이 핵심으로 부각
손·발 쓰는 일은 자동화 기계가 반복적 사무 노동은 컴퓨터가…
남은 일은 인문학과 관련된 창조적인 일과 인간관계 기능
경영자 500명 설문조사 결과, 98%가 “인문학이 경영에 도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CEO)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경영자 98%가 ‘인문학적 소양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의 80%는 “채용 시에도 인문학 소양이 풍부한 인재들을 우선 채용하겠다”고도 했다.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지난 1월 아이패드2 발표회에서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서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동안 생산성이나 조직 경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던 인문학이 21세기 첨단의 시대에 기업 경영의 구세주라도 된 양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 기업이 원하는 인재, 인문학에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의 성격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후 200여년이 지난 지금 생산 현장에서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손과 발로 힘을 쓰던 일들은 자동화 기계가 빼앗아간 지 오래고, 머리로 하는 일 중에서도 반복적·기계적인 영역은 대부분 컴퓨터에 맡기면 된다. 결국 인간에게 남아 있는 영역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기능’과 ‘인간관계 기능’뿐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이런 능력을 갖춘 인재상을 ‘기크(geek·괴짜)’와 ‘슈링크(shrink·남의 속을 꿰뚫어보는 사람이라는 뜻의 속어)라고 표현했다. 한 가지에 집중해 전혀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괴짜 또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얘기다.
이 같은 창의성과 통찰력의 원천은 인문학이다. 설립한 지 120여년밖에 안된 시카고대가 하버드나 MIT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8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도 다름 아닌 인문학 교육 덕분이다. 이 대학은 1929년부터 1학년생이면 누구나 100권의 인문교양 도서를 읽도록 하는 ‘시카고 플랜’을 시행해 왔다. 로버트 짐머 시카고대 총장은 “특정 부문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 능력을 갖춘 리더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만 한다”고 말한다. 인문학의 위력은 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뒤엉킨 불확실성의 시대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의사 결정이 인문학에서 말하는 통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요즘 기업 경영의 화두인 윤리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든 소식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일개 사원의 부정한 행위 하나가 거대한 기업을 순식간에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몰라 일탈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버젓이 비(非)윤리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왜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답 역시 철학과 인문학에 있다.
◇중국 공장에 동상 세운 까닭은
인문학은 기업이 세계화를 추진할 때도 필수적인 소양이다.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2007년 중국 쑤저우(蘇州)에 현지 생산법인을 세우면서 이 지역 주민들이 춘추전국시대 정치인 오자서(伍子胥)를 숭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회장은 오자서의 후손들과 협의해 공장 안에 오자서의 동상을 지었다. 그러자 14개의 지역 언론들이 ‘외국기업 최초로 중국 현인의 동상을 세웠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서양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와인 잔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는 것만 알아서는 안 된다. 그들의 행동양식의 본질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알아야 한다. 중국 전문가가 되려면 중국어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동양 사상의 바탕이 되는 유(儒)·불(佛)·선(仙)을 알아야 한다. 윤리적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기업도,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고심하는 기업가도, 불확실한 장래 때문에 고민하는 직장인도,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인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