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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루살렘의 ‘핸드 인 핸드’ 학교 중2 교실. photo 최준석 |
엄숙했던 한국의 초등학교 교실 분위기와 정반대로 내 눈앞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버릇없는 학생들, 그리고 그에 맞서 호통치는 선생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유대인들’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난장판’ 수업들이 초·중·고·대학교 심지어 이스라엘에서의 직장생활까지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난장판 수업들이야말로 유대인 교육의 중심이었다. 난장판 수업이 유대인 교육의 일부라는 것을 히브리어를 이해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히브리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내가 처음 학교에서 본 난장판 수업은 선생님과 제자들이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막장토론’을 했던 것이고 이런 막장토론 문화는 심지어 대학교까지 이어졌다.
최근 이스라엘 출장 중에 은사인 로버트 아우만(Robert Aumann·200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히브리대학 교수, 이스라엘 최초 여성 노벨상 수상자(2009년)인 아다 요나스(Ada Yonath) 와이즈만 과학대 교수와 긴 대화를 나눴다. 그분들과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이 어떻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지, 그 비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요나스 교수는 노벨상 왕국의 가장 큰 비밀은 유대인의 탈무드 교육에 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유대인의 과학에 대한 깊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전 세계를 배회하면서 학문에서 탈출구를 찾았다고 한다. 유대인이 과학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가 만난 교수들 말로는 유대인이 자녀교육에 이토록 극성인 이유는 유대인의 역사 때문이라고 한다. 1948년 이스라엘이란 국가를 세울 때까지 유대인은 국가 없이 전 세계를 배회하는 민족이었다.
유대교의 구약성경과 탈무드 자체가 자녀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나 역시 어릴 적에 탈무드 교육을 기반으로 공부를 했다. 어릴 적부터 유대인 선생님들은 항상 ‘왜?’라고 물으며 나에게 학문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 탈무드 교육은 학교뿐만 아니라 창업국가가 된 이스라엘 내 기업문화에도 깊숙이 들어가 있다. 내가 다니는 요즈마그룹 역시 회장이 진행하는 임원 투자결정회의에서도 이런 문화가 적용된다. 회의실에 들어간 순간 모든 계급장을 뗀다. 회장이든 사장이든 혹은 발표하는 말단사원이든 모든 계급이 같아진다.
회사 수장 역시 이런 문화에 기분 나빠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수평적 토론 덕분에 회사들이 창의적으로 성공했고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무조건 창의적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오히려 임원들은 더 뜨거운 토론이 될 수 있도록 부추긴다.
이런 교육문화, 기업문화가 오늘날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창업국가로 만들었고 특히 이스라엘을 노벨상 왕국으로 만들었다. 유대인에게는 자녀교육이야말로 그들만의 유일한 ‘창조경제’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 이원재
한국·이스라엘 상공회의소 부회장,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사업화 자문위원, 전 ‘Israel·Korea Chamber of Commerce’ 경제자문관, 이스라엘 12대 총리 아시아경제자문관. 저서 ‘창조경제 이스라엘에서 배운다’(2013), ‘시작부터 글로벌’(20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