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灸堂) 김남수씨/조선일보DB
일부 언론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에서 발견된 침(鍼)을 구당(灸堂) 김남수(96)씨의 여성 제자가 놨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백수(白壽·99세)를 바라보는 김남수씨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를 빗대 그를 ‘현대판 화타(華陀)·편작(編鵲)’이라고 칭송한다. 11세 때부터 부친 김서중씨로부터 한학 및 침구학을 배운 그는 1943년 ‘남수 침술원‘을 개원해 재야에서 활동했다. 그를 일약 유명하게 해 준 것은 2008년 한 방송의 특집 프로그램이다. 2회에 걸쳐 방영된 이 방송은 종합 시청률 20%를 기록했다. 방송이 나가자 ‘구당 신드롬’이 일었고, 그는 대체의학 및 민중의학의 선봉자로 부상했다.
그가 진료한 유명인사들도 화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김씨를 불러들여 조깅하다 다친 다리에 침을 맞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 전 대통령은 한번 침을 맞으면 통증이 사라진다고 해서 김씨의 침에 ‘한번 침’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과 장준하 선생,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시인 김지하, 소설가 조정래, 얼마 전 별세한 영화배우 장진영, 수영선수 박태환 등도 그의 ‘진료 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세는 그를 명의(名醫)의 반열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유명해질수록 그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특히 침과 뜸을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라고 여기는 한의사들(대한한의사협회)과의 갈등이 깊어졌다. 2008년 개원한의사협회는 김씨가 ‘구(灸·뜸)사’ 자격증 없이 ‘침(鍼)사’ 자격증만으로 불법 뜸치료 행위를 했다며 고발했고, 김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논란은 헌법재판소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헌재는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침구술과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냈다. 한의학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남수씨는 지난해 “국내에서 침·뜸 치료를 할 수 있는 합법적 여건이 조성되기 전에는 봉사활동(시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조직한 단체 ‘뜸사랑’ 관계자는 “김남수 선생님은 현재 진료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침 논란이 김남수씨에게 번지자, 뜸사랑 측은 “침이 기관지로 들어간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아마 이 부분은 한의사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라면서 “책임 없는 사람들의 증언을 빌려 마치 뜸사랑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우리를 음해하기 위한 불순한 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