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25 22:19
임진왜란이라는 난리의 한복판에서 무능하고 유약하기만 했던 선조를 임금으로 모시면서, 국가대사를 직접 챙겨야만 했던 인물이 당시 영의정이었던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1542~1607)이다. 사회학을 전공한 송복(전 연세대 교수) 선생이 서애의 ‘징비록(懲毖錄)’을 바탕으로 하여 쓴 ‘서애 류성룡 위대한 만남’이라는 책을 지난여름에 정독했었는데, 가슴이 뜨끔한 대목이 하나 있었다. 명나라의 ‘분할역치(分割易置)’발상이 그것이다. 왜군이 평양성까지 북상하니까, 혹시 북경까지 치고 올라올까 봐 위협을 느낀 명나라에서는 조선을 반으로 나누어(分割) 일본에 넘겨주고, 임금(선조)을 교체해야 한다(易置)는 복안을 구상했었다는 것이다. 대략 한강을 경계선으로 하여 남쪽인 전라, 경상, 충청, 경기 남부는 일본에 할양하고, 북쪽인 함경, 황해, 평안, 강원도는 명나라가 직접 통치하는 방안이었다. 남북분단은 이미 4백년 전에 우리도 모르게 명(明)·왜(倭)의 협상테이블에서 은밀하게 논의되었던 것이다. 물론 조선은 테이블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송복 교수는 이 낌새를 우리측에서 가장 먼저 알아챈 인물이 류성룡이라고 주장한다. 서애가 최악의 상황인 ‘분할역치’를 저지하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쓰고 있다. 지나고 보니 우리 역사에서 참으로 아슬아슬한 대목이었다.
현재 통일부 장관인 류우익은 서애의 12대 후손이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난 2012년은 특별한 임진년이다. 한반도에서 미(美)·중(中)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임진년에, 서애의 직계 후손이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